베트남 여행, ‘납치’ 위험 정말 있을까? (최신 공식 데이터 총정리)
최근 발생한 캄보디아 납치 사건과, 과거 박항서 감독이 겪었던 납치[1] 경험담이 재조명되면서 동남아 여행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베트남이 안전한 국가인지, 베트남과 캄보디아 납치의 연관성에 대해 궁금하신 분이 많으실 겁니다.
평소에 베트남을 자주 오고 가는 분도 “지금 베트남 여행을 가는게 안전한가?” 혹은 “내가 갈 다낭, 푸꾸옥은 안전할까?”에 관해 물어보는 상황입니다.
이 글에서는 베트남 여행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UNODC, 베트남 공안부, 블루 드래곤 아동 재단 등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의 최신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알려진 베트남 납치의 양상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사실에 기반해 위험 수준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자세한 정보를 알려드립니다.
베트남 납치의 실제 대상: 여행객인가, 현지인인가?
먼저, 베트남에서 보고된 “납치”에 관한 범죄가 누구를 향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베트남에서 발생하는 인신매매 및 납치 범죄의 피해자는 외국인 관광객보다는 주로 베트남 자국민 취약계층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베트남 공안부의 발표에 따르면 [2], 2010 ~ 21년까지 피해자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90% 이상이 여성과 소녀
- 80% 이상이 교육 수준이 낮은 소수민족
- 대다수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외딴 농촌 지역 출신
피해자가 압도적으로 여성과 소녀에 집중되는 이유는 중국의 심각한 성비 불균형 문제가 있습니다. 신붓감을 찾기 위한 ‘신부 매매’ 수요와 성 착취 목적의 인신매매가 중국과 베트남의 국경 지역에서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3]
이런 납치의 양상은 코로나 19 이후, 베트남 – 중국 국경에 거대한 장벽이 설치되면서 변화가 생겼는데, 블루 드래곤에서 발표한 2022 ~ 24년까지 통계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 피해자 대부분은 농촌의 가난한 남성
- 납치 / 인신매매 피해의 대부분은 낯선 사람이 아닌, 피해자의 주변 사람(지인)을 통해 발생
- 피해자의 30%는 인터넷의 구인 광고를 보고 연락함
이처럼 코로나 이후의 납치 양상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던 캄보디아 납치 사건과 거의 비슷합니다. 캄보디아 납치 사건 역시 학교 선배를 해외 취업을 구실로 삼았습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납치의 근본적인 차이점
그럼 베트남이 정말 안전할까요? 우선 베트남과 캄보디아 납치와 베트남의 가장 큰 차이점 ‘범죄가 일어나는 방향’이 다릅니다.
- 캄보디아 (범죄의 ‘목적지’): 최근 보도된 사건들은 외국인을 포함한 피해자들이 캄보디아 ‘안으로’ 유인되어 현지 범죄 조직에 의해 ‘캄보디아 내에서’ 감금 및 착취당하는 형태입니다. 즉, 캄보디아가 범죄의 최종 목적지 역할을 합니다.
- 베트남 (범죄의 ‘출발지’): 반면, 베트남에서 보고되는 납치 / 인신매매는 주로 자국민 피해자들을 중국이나 캄보디아 등 다른 나라 ‘밖으로’ 보내는 형태입니다.
UNODC(유엔마약범죄사무소)의 2024년 보고서 역시 베트남을 인신매매의 주요 ‘출발지(Source Country)’ 및 ‘경유지(Transit Country)’로 분류합니다.
이 차이점은 베트남 여행의 위험도를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캄보디아의 위험성은 외부인이 범죄의 ‘목적지’로 유인될 수 있다는 점에 있지만, 베트남의 통계상 위험은 자국민이 외부로 ‘팔려 나간다’는 점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베트남 납치 지역: 관광지와 위험 지역 구분
베트남 납치 지역은 대부분 캄보디아와 중국과의 국경 지역에 특히 집중됩니다.
- 베트남 북부 – 중국의 국경: 중국과 국경을 맞댄 산악 지역이나 외딴 마을.
- 베트남 남부 – 캄보디아 국경: 캄보디아와 국경을 공유하는 지역.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호치민이나 떠이닌 같은 남부 도시 자체가 범죄의 온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 푸꾸옥 : 푸꾸옥은 베트남보다 캄보디아에 더 가까운 섬입니다. 하지만 캄보디아로 가려면 배나 비행기를 이용해야되는 물리적인 장벽이 있습니다.
이 지역들은 실제 위험 지역인 캄보디아 국경 도시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기 때문에, 캄보디아로 사람을 유인하기 위한 ‘관문’ 또는 ‘경유지’가 될 수 있다는 잠재적 위험성을 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낭, 나트랑 같은 대표적인 관광지는 어떨까요? 많은 여행객들이 다낭이나 나트랑 납치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대부분 위험 지역의 지리적 구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됩니다.
- 다낭 및 나트랑 : 캄보디아까지 직선 거리로 하더라도 최소 200km는 떨어져 있습니다.
한국인 여행객 대상 납치: 공식 기록을 찾기 어려운 현실
매년 수백만 명의 한국인이 베트남을 방문하지만, 주베트남 한국 대사관, 외교부, 주요 언론, 베트남 정부 및 현지 매체 등을 통해 한국인 관광객이 베트남 현지에서 납치되었다는 공식적인 사건 보고는 현재까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공식 기록이 없다는 사실이 단 한 건의 사건도 없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만약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심각한 조직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했다면, 정부 차원에서 관련 여행 경보를 발령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참고할 수 있습니다.
결론: 정보를 바탕으로 한 신중한 판단
미 국무부는 2024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베트남을 ‘Tier 2’ 등급으로 분류했습니다. 이는 베트남 정부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최소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는 못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베트남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납치 사건은 공식적으로 보고된 바를 찾기 어렵습니다.
- 베트남은 범죄의 최종 ‘목적지’이기보다, 자국민을 해외로 보내는 ‘출발지’로서의 특징이 강합니다.
- 호치민 등 남부 지역에 대한 주의가 요구되는 이유는, 그 도시 자체의 치안 문제라기보다는, 실제 위험 지역인 캄보디아 국경으로 향하는 ‘관문’이 될 수 있다는 지리적 특성 때문입니다.
캄보디아 사건으로 인한 불안감은 당연하지만, 베트남 전체를 동일한 위험 지역으로 간주하기보다는, 알려진 정보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 제공된 정보를 바탕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실 때 현명한 판단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